저는 글을 쓰는 작가들의 여행을 응원합니다.
그들 나름의 세계관으로 각 나라와 문화를 재해석하는 것이 늘 흥미롭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늘 선입견이 있어서 기독교인으로서는 좋아하지 않지만
작가 나름의 감성과 세계관으로 각 나라를 소개하는 것이 너무 흥미로워 함께 읽고 싶었습니다.
1.하루키의 여행방법
하루키는 여행을 하면서 자신의 여행법을 익혔다고 소개합니다.
1) 일시, 장소, 여러 숫자를 잊어버리면 곤란하니까 자료로서 꼼꼼히 메모한다.
메모할 때는 세밀한 기술이나 묘사는 되도록 하지 않고 오히려 현장에서는 글쓰기는 잊는다.
2) 카메라는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여분의 에너지로 최대한 눈으로 정확히 보려 한다.
머릿속의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같은 것을 최대한 담으려 의식을 집중한다.
3) 나 자신이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도록 한다.
그때그때 눈 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든다.
4) 작은 수첩에 그때그때 짧게 기록한다. 예를 들면
"보자기 아주머니" "터키 이란국경지역, 작은 마을... 이렇게 기록하면
그 당시의 정경과 느낌이 내 피부로 다시 느껴지는 것이다.
하루키는 어느 지역엘 가도 눈과 피부로 먼저 느끼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진 기술과 녹음 기술이 아무리 발달 하더라도 우리의 뇌와 감각기관을 따라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보통 여행지의 "향기"가 늘 기억납니다.
이집트를 생각하면 이집트의 향기가 나고,
제가 방문했던 지역에 유명 유튜브가 방문하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늘 그곳의 향이 먼저 납니다.
우리의 뇌와 감각기관은 몸 속에 있는 호르몬과 세포를 통해서 향기까지 만들어낼 수 있나 봅니다.
그렇게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을 하루키는 소개하고 있습니다.
2. 미국 이스트햄튼(뉴욕 근교 부촌)에 대한 감상
하루키의 첫번째 여행기는 미국에서 시작합니다. 이스트햄튼.
저는 이런 동네가 뉴욕 근처에 있었는지도 몰랐습니다.
땅 값이 비싼 동네.
4월~10월까지는 파티가 끊이지 않는 동네
11월부터 3월까지는 사람이 거의 없이 정적인 동네
그는 이곳은 문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일종의 성지와 같은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1년의 절반쯤은 사람들로 몹시 붐비지만, 그런 생활이 질릴 때쯤이면 꼭 알맞게 가을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도시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여기 남은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지요.
누구의 시달림도 받지 않고 아무런 간섭이 없는 평화로운 시간.
그리고 그런 생활이 차츰 권태스러워져 뭔가 자극이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면 알맞게 5월이 찾아옵니다.
이런 환경이야말로 작가에게 이상적인 것이 아니겠냐고 되 묻습니다.
저도 가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글만 쓰고 앉아 있자면 자극적인 것이 또 당길 때가 있지요.
어쩌면 이스트햄튼은 적절히 작가의 일을 하며 자극을 누릴 수 있는 좋은 마을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비싼 집값이 문제이지만.)
3. 무인도에 대한 단상
하루키는 무인도에 호기심을 가집니다.
무인도는 사람이 없다는 두려움이 있으면서 뭔가 기대가 올라오는 묘한 느낌이 있다고.
지인에게 부탁하여 무인도로 들어갑니다. 무려 3일 계획.
처음에는 해수욕을 즐깁니다. 해파리 떼를 피해 10분만에 나옵니다.
발가벗고 일광욕을 즐깁니다. 와 이만하면 됐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도 1시간 체 하지 못하지요.
낚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3일이 금방갈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너무 심심해서 섬 전체를 구경하고자 나섰습니다.
굴껍질을 밟았습니다. 피가 납니다. 치료하다가 손도 베였습니다.
제대로 된 치료를 포기, 대충 바닷물로 씻고 텐트로 들어옵니다.
밤이 되었습니다.
남자 둘이 좁은 텐트 안에 있자니 너무 덥고 재미가 없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둠이 오자, 벌레들이 용기를 얻어 텐트로 덤벼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작은 생물들이 땅을 지배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밤새도록 벌레와 더위에 시달리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단 하루만에 그 무인도를 탈출할 수밖에 없다고 하루키는 털어놓습니다.
예상 밖의 온갖 종류의 재난도 있었지만 무인도라는 곳은 그 구석구석 흥미로운 곳임을 알리곤
다시는 하지 않을 여행기를 마쳤습니다.
하루키의 여행기는 고생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모든 여행의 기록은 고생했던 이야기의 기록인 듯 합니다.
온 몸과 신경이 그 고통을 기억하고 있고, 그것이 추억과 향수가 되어 많은 사람에게 전달됩니다.
그러니 여행은 자고로 고통이 더하면 더할 수록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는 것입니다.
4. 멕시코 대여행
하루키는 멕시코 대여행에서 자신의 여행의 목적을 밝힙니다.
"내 눈으로 직접 그곳을 보고, 내 코와 입으로 그곳의 공기를 마시고
내 발로 그 땅위에 서고, 내 손으로 그 장소를 만지고 싶어서."
호기심입니다. 현실적 감촉에 대한 욕구.
(여기서 하루키는 프로이트의 이론처럼
"만지는 행위"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말하는 것일까요)
하루키는 본인 40세 이후의 여행은 "중상류급" 여행이라고 표현합니다.
차를 렌트하고 그럴 듯한 호텔에 숙박하고 식사를 하고 팁을 뿌리는.
이것을 "인생의 대전환기"라고 표현했고, "타락"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많은 여행 유튜버들도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가는 것을 꺼립니다.
아마도 여행가의 마지막 자존심과 같은 문제 아닐까요?
하루키는 말합니다.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다.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각 나라마다 느낄 수 있는 피곤의 강도와 종류는 다르다.
이런 피곤을 당할 때마다 나는 그 나라와 더 친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와 여기서 공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이집트 여행을 잊을 수 없습니다. 더러운 시내, 시끄러운 도로, 호객꾼들..
너무 피곤하고 짜증나는 기억이지만 그 경험으로 이집트가 더 가까워진 느낌을 가집니다.
아, 이게 여행이구나. 그 나라를 더 가깝게 느끼는 것.
백과사전이나 웹서핑을 넘어
내 몸과 그 땅이 만나는 것. 이것이 여행이다!
멕시코 정부가 라칸돈의 인디언들에게 생활환경 시절을 확충해주는 부분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도로, 학교, 병원을 지어주고 지저분한 마을을 깨끗하게 해 주었습니다.
도시는 세련되게 변했고, 각 가정의 생활수준도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과거에 이 마을은 이웃끼리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하면,
상대가 밥을 굶었는지, 몸의 이상은 없는지 바로 알아차리는 정감있는 마을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안녕하세요!" 인사해도 그 어느 누구도 "우리 집에 와서 밥 먹어라."하지 않는
세련된 도시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여기서는 아무도 말의 울림이란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작가가 그것을 정확히 지적합니다.
사람의 말이 울림이 통하지 않는 사회.
사회가 발전하고 세련되게 변할수록 한 사람의 말의 울림이 들리지 않습니다.
오직 집단과 각 개인에게만 집중할 뿐입니다.
5. 우동 맛여행
하루키는 일본의 유명 우동 마을 탐방에 나섭니다.
그중 나카무라 우동집을 소개하는 편이 인상에 남습니다.
그 우동집은 교통도 매우 불편했고 간판도 없어서 찾는데 너무 어려움을 겪게 했습니다.
가게는 무척 작았고, 들어갔을 때 주인도, 주인의 아들도 없었습니다.
한 아저씨가 혼자 우동을 열심히 삶고 있길래 말을 건넸더니
"아닙니다. 저도 손님입니다."하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이 식당에서는 우동사리를 삶고 국물이나 간장 등을 자신이 조리해서 먹고
돈을 두고 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아저씨, 파가 없는데요!" 하고 물으면 나카무라씨가
"뒤쪽 밭에 가면 얼마든지 있으니까 드시고 싶은만큼 캐다 드세요!" 했답니다.
(아무튼 와일드한 우동집입니다.)
이 집을 뭐라고 평가하냐.
"내 인생 최고의 우동이었다."
모든 우동집을 소개한 후, 마지막으로 하루키는 한마디 했습니다.
"아무튼 나카무라 우동은 정말 굉장했다."
(아래의 링크 참조: https://brunch.co.kr/@istandby4u2/104 )
이처럼 우리의 오감, 육감으로 경험한 여행은 우리의 뇌리에 깊이 남습니다.
이것을 마케팅이나 경영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겠습니다.
경험하게 하는 것. 말과 글로만 아니라 오감과 육감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6. 고베까지의 도보여행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의 거리를 걷는 것을 상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까운 대마도에 가도 그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늘 일본엘 가고싶습니다.
정갈하고 멋스러운 거리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하루키의 고베 편을 읽고 있자니
당시 고베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가슴이 뛰더군요.
글에는 상당한 힘이 있었습니다.
여행 유튜버의 영상을 보는 이유는 그 때의 향수를 느끼고 싶어서인데,
영상으로는 그곳의 향기까지는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하루키의 글을 읽는데 그곳의 향기가 머리 속에서 팡 하고 터져 나오는데
이거 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고 글을 읽는 행위는 이토록 인류 6,000년사에 빼놓을 수 없는
문명적인 행위요, 가장 창조적이고 가장 탁월한 소통의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특별히 여행을 글로 기록하는 작업은 전 감각적 자극을 일깨운데
더할나위 없는 도구라고 봅니다.
우리 역시도 이제 여행을 카메라와 녹음기가 아닌
온 감각과 신경으로 하는 방법을 배워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느끼고 기록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느끼게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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